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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24

너 없으므로 /오세영 《 너 없으므로 》 오세영 너 없으므로 나 있음이 아니어라 너로 하여 이 세상 밝아오듯 너로 하여 이 세상 차오르듯 홀로 있음은 이미 있음이 아니어라 이승의 강변 바람도 많고 풀꽃은 어우러져 피었더라만 흐르는 것 어이 바람과 꽃뿐이랴. 흘러 흘러 남는 것은 그리움, 아, 살아있음의 이 막막함이.. 2008. 1. 19.
그리 먼 얘기도 아닌 듯한데 《 그리 먼 얘기도 아닌 듯한데 》 오세영 그리 먼 얘기도 아닌 듯한데 당신 이름 석자 불러보면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많이 불러왔던 이름인데... 그리먼 얘기도 아닌 듯한데 당신 고운 얼굴 떠올리면 썰렁할 정도로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많이 보아왔던 얼굴인데... 그리 먼 얘기도 아는 듯.. 2008. 1. 19.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 2008. 1. 19.
그대라 부르고 싶은 사람 《그대라 부르고 싶은 사람 》 이 준 호 그대라 하겠습니다. 그저 당신을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작은 연민에도 또 작은 감동에도 비처럼 눈물을 쏟는 당신을 나는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빨려 들어갈 듯한 눈은 아니어도 선한 눈빛으로 말을 하는 사람, 어린아이의 해맑은 미소는 아니어도 사심 없는 웃.. 2008. 1. 19.
하루만의 위안 하루만의 위안 (慰安) 시: 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2008. 1. 18.
오히려 비 내리는 밤이면/조병화 오히려 비 내리는 밤이면 / 조 병화 오히려 비 내리는 밤이면 귀를 기울이어 내 발자국 소리를 기다려 주오 비가 궂세게 쏟아져야 그대에 가까이 가는 길을 나는 찾아 간다오 나보다 더 큰 절망을 디디고 진정 이 지구를 디디고 나는 찾아 가리오 내가 살아가기에 알맞은 풍토는 비 많이 쏟아지는 밤 이.. 2008. 1. 18.
먼 곳에서 먼 곳에서 / 조 병화 이젠 먼 곳들이 그리워 집니다 먼 곳에 있는 것들이 그리워 집니다 하늘 먼 별들이 정답듯이 먼 지구 끝에 매달려있는 섬들이 정답듯이 먼 강가에 있는 당신이 아무런 까닭없이 그리워 집니다 철새들이 날아드는 그 곳 그 곳 강가에서 소리없이 살아가는 당신이 그리운 것 없이 그.. 2008. 1. 18.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조병화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의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 2008. 1. 18.
황홀한 모순 황홀한 모순 / 詩: 조병화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 훗날 슬픔을 주는것을, 이 나이에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기쁨보다는 슬픔이라는 무거운 훗날을 주는 것을, 이 나이에 아... 사랑도 헤어짐이 있는것을 알면서도 사랑한다는 것은 씻어 낼 수 없는 눈물.. 2008. 1. 17.
사평역 (沙平驛 )에서 사평역에서/ 곽 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 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속게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말은 가득해도 .. 2008. 1. 15.
팔베게 팔베게 시: 김 영천 쉰이 훌쩍 넘은 나이에 문득 베게가 너무 낮거나 높아서, 베게가 너무 딱딱하거나 물렁이어서, 잠을 실패합니다 사랑이나 절망이나 그런 것들로 하이얗게 밤을 세우던 내 치졸한 젊음처럼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슨 그리움이 그리도 깊습니까 수상한 연애처럼 까마득히 머언 기.. 2007. 9. 18.
「 눈 감으면 흰빛」 「 눈 감으면 흰빛」 시: 신미나 살 무르고 눈물 모르던 때 눈 감고도 당신 얼굴을 외운적 있었지만 한번 묶은 정이야 매듭없을 줄 알았지만 시든 꽃밭에 나비가 풀려나는 것을 보니 내 정이 식는 길이 저러할 줄 알아요 그래도 마음 안밖에 당신 생각을 못 이기면 내 혼은 지옷시옷 홑겹으로 날아가서 한밤중 당신 홀로 잠 깰 적에 꿈결엔 듯 눈 비비면 기척도없이 배갯머리에 살비듬 하얗게 묻어나면 내가 다녀간 줄로 알아요. 그리 알아요. 2007.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