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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섬진강 길 ..... 복효근 섬진강 길 시: 복효근 어머니가 빚어 띄운 메주짝 잘 마른 고추 부대 싣고 가난한 큰누나 찾아가는 섬진강길 양지바른 모랫벌에 해묵은 가난 이야기랑 서러운 누나의 첫사랑 이야기를 한 짐씩 풀어놓고 가다보면 강물도 목이 메는지 저기 저 압록이나 구례구 쉬었다가 흐르는 강물에선 메주 뜨는 냄새.. 2008. 11. 15.
별 ..... 복효근 별 시: 복효근 저 등 하나 켜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한 생애가 알탕갈탕 눈물겹다 무엇보다, 그리웁고 아름다운 그 무엇보다 사람의 집에 뜨는 그 별이 가장 고와서 어스름녘 산 아래 돋는 별 보아라 말하자면 하늘의 별은 사람들이 켜든 지상의 별에 대한 한 응답인 것이다 2008. 11. 15.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복효근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시: 복효근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앉는.. 2008. 11. 15.
내 마음에 사는 너 ..... 조병화 내 마음에 사는 너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는 먼 별 창 안에 밤을 재우고 나는 풀벌레 곁에 밤을 빌린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잔다 너의 날은 내일에 있고 나의 날은 어제에 있다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세월이다 문닫은 먼 자리, .. 2008. 11. 11.
놀(夕陽) ..... 이외수 놀(夕陽) ..... 이외수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누군가 그림자 지는 풍경 속에 배 한 척을 띄우고 복받치는 울음 삼키며 뼛가루를 뿌리고 있다 살아있는 날들은 무엇을 증오하고 무엇을 사랑하랴 나도 언젠가는 서산머리 불타는 놀 속에 영혼을 눕히리니 가슴에 못다한 말.. 2008. 11. 9.
가을 우체국 ..... 이기철 가을 우체국 시 : 이기철 외롭지 않으려고 길들은 우체국을 세워놓았다 누군가가 배달해 놓은 가을이 우체국 앞에 머물 때 사람들은 저마다 수신인이 되어 가을을 받는다 우체국에 쌓이는 가을 엽서 머묾이 아름다운 발목들 은행나무 노란 그늘이 우체국을 물들이고 더운 마음에 굽혀 노랗거나 붉어.. 2008. 11. 3.
해 지는 가을 들길에서 ..... 김용택 해 지는 가을 들길에서 / 김용택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 그늘도 묻히면 길가에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에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 2008. 11. 3.
슬픈 득도 ..... 윤의섭 슬픈 득도’- 윤의섭 (1968 ~ ) 마당엔 아침 햇살이 한 솟국 담겼다 밤새 꿈속에선 들판을 달렸는데 다가갈수록 멀어지던 지평선이 마당에 누워 있다 이곳에 와본 기억이 나지 않느냐 꽤 오래 묵은 목소리 설핏 지나간다 방금까지 새가 앉았다 날아갔는지 마른 나뭇가지 떨고 있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떨.. 2008. 10. 28.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 도 현 - 그대에게 가고 싶다 시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 2008. 10. 28.
가을이 오면 그대에게 가렵니다 ..... 정일근 가을이 오면 그대에게 가렵니다...정일근 가을이 오면 기차를 타고 그대에게 가렵니다 낡고 오래된 기차를 타고 천천히 그러나 잎속에 스미는 가을의 향기처럼 연연하게 그대에게 가렵니다 차창으로 무심한 세상은 다가왔다 사라지고 그 간이역에 누구 한 사람 나와 기다려 주지 않는다해도 기차표 .. 2008. 10. 9.
가을 날 가을날 /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 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 2008. 10. 8.
가을엔 가을엔 1 / 추경희 시간이 가랑잎에 묻어와 조석으로 여물어 갈 때 앞 내 물소리 조약돌에 섞여 가을 소리로 흘러내리면 들릴 듯 말 듯 낮익은 벌레소리 가슴에서 머문다 하루가 달 속에서 등을 켜면 한 페이지 그림을 접 듯 요란 했던 한해가 정원 가득 하늘이 좁다 2008.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