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긴글 짧은글 ♣2106 바람의 지문 바람의 지문 먼저 와 서성이던 바람이 책장을 넘긴다 그 사이 늦게 도착한 바람이 때를 놓치고 책은 덮힌다 다시 읽혀지는 순간까지 덮어진 책장의 일이란 바람의 지문 사이로 피어오르는 종이 냄새를 맡는 것 혹은 다음 장의 문장들을 희미하게 읽는 것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보다 보이지 않는 당신의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의 지문은 바람이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때로 어떤 지문은 기억의 나이테 그 사이사이에 숨어든 바람의 뜻을 나는 알지 못하겠다 어느 날 책장을 넘기던 당신의 손길과 허공에 이는 바람의 습기가 만나 새겨졌을 지문 그 때의 바람은 어디에 있나 생의 무늬를 남기지 않은 채 이제는 없는 당신이라는 바람의 행방을 묻는다 지문에 새겨진 그 바람의 뜻.. 2022. 11. 27. 목마와 숙녀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린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한다 모든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 2022. 11. 26. 안양천의 마지막 가을 전날 비 소식이 있어 아침 일찍 상쾌한 기분으로 안양천으로 갔다 그제도 다녀 왔는데 도착하니 간밤에 살짝내린 비에 나무데크길이 젖어있다 간밤에 내린비에 공기는 더욱 차갑게 느껴지지만 기분은 상쾌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혹 서리가 내리지 않았을까 하고 오늘은 이른시간 집을 나섰는데 서리는 내리지않았고 아직 싱그롭게 피여있는 코스모스는 빗물방울이 맺혀 함초롬히 어여쁘다 안양천의 산책길은 초록의 애기단풍과 붉은 애기단풍이 아직 예쁘다 월요일 비소식으로 쓸쓸한 가을의 뒷모습을 생각하며 3시간의 산책길에 많은 사진을 담았다 2022. 11. 26. 가을로 가득한 날 가을로 가득한 경복궁에서 숲속 저 멀리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방인의 뒷모습이 가을햇살에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을 렌즈에 담았다 나 자신 한복을 입은때가 언제인지 까마득한 날의 모습을 그리며... 2022. 11. 22. 가을 언덕에서 가을로 가득한 회상의 언덕에 단풍잎 한잎두잎 떨어지면 나이듦에 더욱 애잔해지는 마음 감출 수 가 없다 마냥 행복하기만했던 그날들도 없으면서 그리울때도 있다 인생이 그러한 것 채색고운 빛깔만큼 여울져간 시간들 돌아보게된다 가을의 끝자락에선... "조성모 - 가시나무" 2022. 11. 22. 가을의 끝자락에서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인 것 같다 지난주말 가을비 한바탕 내리고 난 뒤 코끝에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갑다 공원에 나뒹구는 낙엽을 보면 더욱 가을의 끝자락을 느낀다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기고싶은 마음으로 가을의 끝자락도 놓치고 싶지않아 렌즈에 담게된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뒷모습을 보일 가을 공원 담벼락의 붉은 가을도 아름답다 2022. 11. 19. 이 가을에 이 가을에 양현근 이 가을에는 젖은 음표들을 말려야지 지난여름 욕망의 이깔나무 숲을 건너오는 동안 무심코 자라난 귀를 맑게 씻어야지 노역의 상처들을 말리는 동안 아다지오의 여백 속은 참 넉넉하리라 때때로 쉼표를 찍어가며 촉촉한 노래들을 오랫동안 흥얼대리라 지상의 세간들이 따로 노래가 될 수 있다면 산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일 것인가 물빛만 출렁이는 내 발자국 길어 올리는 이 없어도 이 가을에는 당당하게 웃어야지 깊은 뿌리내림으로 당당하게 일어서야지 곱지는 않아도 넉넉한 음색으로 내게 주어진 것들을 흔들림 없이 사랑할 수 있다면 열꽃의 아열대 아, 그 아득함을 건널 수 있다면 이 가을에 2022. 11. 17. 길가에 앉아서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산 길가에 잠시 앉아서... 2022. 11. 14. 가을 비에 젖다 2022. 11. 12. 가을의 언어 가을의 언어 이남일 느티나무 아래 가을은 또 단풍잎 동화를 쓴다. 밤톨 같은 이야기가 툭툭 풀섶 가득 떨어지고 길가에 날이 선 찬서리보다 바람소리에 휘청대는 코스모스 가는 목이 외롭다. 간밤에 별이 내린 흔적처럼 서리 들녘 지천에 피어나는 들국화 땡볕에 터질 것 같은 밭고랑 속 붉은 고구마의 침묵은 가슴 깊이 감출 수도 무심결에 불쑥 내밀 수도 없는 잘 익은 가을의 언어이다. 2022. 11. 10. 낙엽이 쌓인 길을 걸으며 가을은 매년 찾아오는데 그 가을의 느낌은 다른 것 같다 나이를 먹어서 일까 새삼 계절이 주는 선물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른 아침 김밥 한줄에 계란과 바나나 한개를 먹으며 고즈넉히 혼자 벤취에 앉아 낙엽이 쌓인 풍경을 바라보니 아름다웠던 옛생각에 젖게된다 올해는 그다지 곱지 않게 물든 단풍이지만 간밤에 살짝 내린 비에 젖은 벚나무 잎들은 제법 곱고 예쁘다 풀밭에는 아침이슬이 반짝이며 빛나고 몇번을 왔다갔다 가던길을 다시 걷고 하면서 카메라에 참 많이도 담았다 한곳에 쭈그리고 앉아서... 일주일 후 애기단풍도 물들어가면 다시 찾아 고운 단풍길을 걸어야겠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면서... 2022. 11. 10. 아침 이슬 2022. 11. 9.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1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