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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2004

눈 내리는 날 월드컵 공원에서 눈을 기다리며 권오범 늙어갈수록 철들 기미조차 없는 나의 주책 첫눈은 함박눈이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마른하늘 우러러 히죽거리는 것이 언제부턴가 나도 몰래 내 안에 소녀 마음이 자라고 있었나보다 눈 감고 잠 끌어당겨 구절양장 인생길 치쓸다 보니 강아지와 함께 찍었던 발자국이 고향 남새밭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어 미소 흘리며 엎치락 뒤치락하는 이불 속 서울은 낭이라더니 추억마저 되작이는 게 싫은걸까 한 사날 독하게 최대한 밤을 키워놓은 이정표 동지가 달력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백설기 같은 숫눈길로 달려오는 햇귀로 하루를 열고 싶은 이 마음 아랑곳 없이 밤새 기척도 없이 내린 비에 세상이 온통 호졸근한 아침 2024. 1. 1.
눈 내린 아침의 아름다운 풍경 겨울 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새하얀 설경을 즐기고 싶어 집 가까운 부천 식물원을 찾았다 우리 동네보다 조금은 많이 내린 식물원의 아침 풍경은 눈 부시다 부드러운 햇살에 녹아 내리기 전 몇컷 찍고 돌아나오는 길엔 들어갈 때 보았던 눈부시던 아름다운.. 2023. 12. 24.
눈 꽃 눈꽃 박인걸 나무들 가지마다 몇번이나 눈꽃이 피고져도 봄은 올 기색이 없다 차갑게 피는 눈꽃은 세상을 물들일 뿐 생명을 움직이지 못 하고 눈꽃에 마음이 들뜬 자들은 잠시 후 실망을 내뱉고 향기없은 차가운 가루에 낭만은 녹아내릴 것이다 눈꽃은 꽃이 아니라 누군가 지어준 이름일 뿐 죽은 별들을 화장한 가루일지도 모른다 눈 내린 가슴마다 무덤이되고 꽃이 죽은 길 거리는 차들도 무서워 설설긴다 그래서 눈꽃이 내리는 날이면 세상은 숨을 죽이고 폭설 아니기를 기도하고 있다 2023. 12. 24.
눈 내리는 풍경 강추위가 풀리면 눈 내리는 풍경앞에 근심없이 서 있고 싶어지는 저녁 일요일 이브엔 눈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조심스럽게 눈내리는 길 위에 서 있고 싶어진다 2023. 12. 22.
가느다란 눈이 날리는데 늦은 시간 마트를 가려고 집을 나섯는데 서쪽하늘 끄트머리 나뭇가지에 초승이 걸려있다 곤두박질한 추위에 가느다란 눈발이 날리는데... 2023. 12. 16.
첫눈 오는 날의 시 첫눈 오는 날의 시 정연복 맘속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첫눈 지금 풍성히 내리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의 무한 허공 가득 눈송이 송이마다 가벼운 춤사위. 오늘은 나도 춤추듯 살아야겠다 삶의 염려와 욕심 따위 하얗게 잊고. 세상모르는 어린아이 처럼 백설의 순수한 마음 하나만 품고서. 눈 기다림 서봉석 눈 내리는 것 보자고 추워도 겨울을 기다린다 눈이 내리면 한 뼘씩 그늘 덜어내며 쌓이는 눈 속 뼛속까지 하얀 눈사람으로 우리도 둥글게 모여서 비록, 천당은 못갈 목숨이래도 이 세상 살고 있는 지금은 즐거워라 촛불 한 자루에도 은근해지는 사람들의 저녁 해 안뜬 날도 걱정 없이 하늘의 초청장처럼 무량하게도 내리는 눈 가로등 불빛에 멋들어 지면 정 든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크리스마스 카드가 보고 싶어서 추워도 겨.. 2023. 12. 14.
가을 전송 가을전송 공석진 가을을 전송합니다 화려함 남겨두고 빛 바랜 옛 추억을 나들 길로 보냅니다 고독을 만끽하세요 위태로운 정이 매달린 험한 비탈 위 정처 없는 낙엽으로 이별을 강요하신다면 수신을 거절하렵니다 발신자도 없는 이름뿐인 천사 언제든 떠나려는 배낭 짊어진 당신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양지바른 논둑에 누워 아릿하게 남아있는 바람꽃 향기를 추억하렵니다 2023. 12. 12.
가을은 줍는 달 가을은 줍는 달 박노해 가을은 그저 줍는 달 산길에 떨어진 알밤을 줍고 도토리를 줍고 대추 알을 줍고 ​ 가을은 햇살을 줍는달 물든 잎새를 줍고 가을 편지를 줍고 가슴에 익어 떨어지는 시를 줍고 ​ 그저 다 익혀 내려주시는 가을 대지에 겸허히 엎드려 아낌없는 나무를 올려다 본다 ​ 그 빈 가지 끝 언제 성난 비바람이 있었냐는듯 높고 푸른 하늘은 말이 없는데 ​ 그래 괴로웠던 날들도 다 지나가리라고 다시 일어서 길을 걷는 가을 가을은 그저 마음 줍는 달 Ernesto Cortazar /Dreaming 2023. 11. 30.
가난한 가을 날에 가난한 가을 날에 박노해 늦은 가을비 내리는 나무 사이를 걸으며 떨어지는 잎들이 그랬다 올 가을은 가난 했다고 단풍조차 다 물들지 못해 미안 하다고 말라 초라한 잎이라도 비 눈물에 고이 펴서 나 바람에 진다고 가물었던 지난 여름 곱게 빛나지도 못한 부실한 내 가을 생애 후회 하는가 후회는 없다 원망도 없다 회한이 있을 뿐 잘 해주고 싶었으나 어려운 날 이었다고 하여 서러 웠다고 너무 늦게 내리는 무정한 빗속에서 흐느끼듯 날리는 단풍잎들이 그랬다 Ernesto Cortazar /Dreaming 2023. 11. 30.
감나무 감나무 함민복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잘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2023. 11. 27.
너를 위한 노래 너를 위한 노래 신달자 첫사랑은 아니다마는 이 울렁거림 얼마나 귀한지 네가 알까 몰라 말은 속되다 어째서 이리도 주머니마다 먼지 낀 언어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다 버리고 그러고도 남아있는 한가지 분명한 진실 이 때 아닌 별소나기 울렁거림 네가 알까 몰라 2023. 11. 27.
아름다운 모습 지나간 내 청춘의 풍경같은 아름다운 뒷 모습을 담다 2023.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