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긴글 짧은글 ♣2004 코스모스 늦가을 갑짜기 생각이 나서 찾아간 고잔역 기찻 길 해맑게 피여 날 반기던 사랑스런 코스모스 카메라에 담는 것 보담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 하루를 추억하며... 2023. 11. 21.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조 병화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일이 있어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늘이 지루하지 않아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을 늦춰서 기쁘리. 이러다가 언젠가는 내가 먼저 떠나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행복하리.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이 가고 날이 오는 먼 세월이 그리움으로 곱게 나를 이끌어 가면서 다하지 못한 외로움이 훈훈한 바람이 되려니 얼마나 허전한 고마운 사랑이런가... 2023. 11. 20. 호수 호수 박인걸 호수에 오면 내 마음이 맑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고향만큼이나 넉넉하게 받아주기 때문이다. 호수는 언제나 푸근하게 하늘과 구름과 산도 품는다. 산이 저토록 아름다운 건 호수에 몸을 담그기 때문이다. 사납게 뛰놀던 바람도 호수에 이르면 순해 지지만 호수에 비친 내 모습은 아직은 일렁거리고 있다. 호수에 나를 빠트리고 며칠만 잠겼다 다시 나오면 내 마음과 눈동자도 호수처럼 맑아질 것 같다. 2023. 11. 16. 바람의 풍경 생각해 보면 내게는 길만이 길이 아니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길이었다 나는 그 길을 통해 바깥 세상을 내다 볼 수 있었고 또 바깥 세상으로도 나왔다 그 길은 때론 아름답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길을 타고 사람을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니 왠일일까 -신경림의 자전에세이집 바람의 풍경 중에서 - 2023. 11. 9. 멀리서 빈다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2023. 11. 9. 11월 11월...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날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2023. 11. 9. 가을의 창문을 열면 가을의 창문을 열면 이외수 어디쯤 오고 있을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라질 때 뭉게뭉게 개어가는 하늘이 예뻐 한참을 올려다 보니 그곳에 당신 얼굴이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 그대 모습 그대 생각 머물며 난 자꾸만 가슴이 뜁니다. 2023. 11. 8. 가을에 부치는 편지 가을에 부치는 편지 박인걸 여보게! 마을이 단풍속에 묻히니 내 마음도 그 속에 파묻히네. 물감으로 칠할 수 없는 색깔들이 가을나무들을 휘감을 때면 작년 가을에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굵게 두드리네. 아직 된 서리가 내리기 전 청초한 들국화 높은 하늘을 쓸어 담고 고즈넉한 석양 무렵 고개를 숙일 때면 늦가을 저녁 바람마저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서성이고 붉은 노을은 꽃잎에 입을 맞춘다네. 진노랑 은행잎이 뚝뚝 떨어질 때 까마득히 잊었던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며 곱게 늙어가리라 다짐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아직 덜 여문 내 마음을 꺼내어 붉게 물든 단풍나무에 걸어 놓는다네. 여보게! 이 가을마져 그 동안이 얼마남지 않아 쫓기는 듯함 아쉬움이 주위를 서성거리네. 어둑한 하늘을 나는.. 2023. 10. 31. 가을 전송 가을전송 공석진 가을을 전송합니다 화려함 남겨두고 빛 바랜 옛 추억을 나들 길로 보냅니다 고독을 만끽하세요 위태로운 정이 매달린 험한 비탈 위 정처 없는 낙엽으로 이별을 강요하신다면 수신을 거절하렵니다 발신자도 없는 이름뿐인 천사 언제든 떠나려는 배낭 짊어진 당신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양지바른 논둑에 누워 아릿하게 남아있는 바람꽃 향기를 추억하렵니다 2023. 10. 29. 가을이 가득한 거리에서 비 소식이 있어 늦은 오후 찾아간 올림픽공원엔 어느새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을로 가득한 느낌이다 메마른 낙엽은 살랑이는 바람에도 날리며 공원에 뒹굴어 물씬 가을을 느끼며 걷는다 비는 내리지않고... 2023. 10. 29. 가을 가 을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는 마른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너기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 묻고 싶은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2023. 10. 23. 하늘공원에서 2023. 10. 17. 이전 1 ··· 3 4 5 6 7 8 9 ··· 1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