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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2103

신록 신록        서정주어이 할거나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짖을 하며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펄 펄펄 펄 펄펄 떨어져 내려신라 가시네의 숨결과 같은신라 가시네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내려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꾀꼬리 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2024. 5. 29.
참 좋은 봄날 참 좋은 봄날          구종현실비는 오지요.꽃밭은 젖지요.이제 보니 달팽이 한 마리가꽃밭에 심은 옥수수 줄기를 타고천천히 아주 천천히기어갑니다.  기어가서 마침내오를 수 있을 만큼 올라간 것일까요이제 그만 하는 걸까요.  그쯤에서알맞게 휘어진 잎사귀 하나초록빛 꽃 붙들고 앉아하루 종일 있을 모양입니다.제 한 몸 잠적하기에는참 좋은 봄날입니다. 2024. 5. 28.
그리움 그리움 ​  박인걸 ​  구름은 바다를 그리워하고 바다는 하늘을 사모한다. 구름의 고향은 대양이고 바다는 하늘이 머물던 곳이다. ​ 태어난 곳과 살던 곳은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며 고향엔 탯줄을 묻어 그립고 살던 땅엔 정을 묻어 그립다. ​ 구름은 그리움에 빗물 되어 바다로 흐르고 바다는 안개 되어 머나먼 하늘로 오른다. ​ 서로가 다른 그리움에 머물던 곳을 찾으나 또 다시 윤회하는 그리움 그리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Kleine Traummusi(작은 소야곡) 2024. 5. 20.
내 고운 사람에게 내 고운 사람에게                백창우 그대 깊은 눈 속, 슬픈 꿈의 바다에착한 새 한 마리로 살고 싶어라햇살의 눈부심으로별빛의 찬란함으로그대의 푸른 물결에 부서지고 싶어라높이 솟구쳐그대를 안으리라그대가 가진 서러움도그대가 가진 아픔도나의 날개로 감싸리라그대, 내 사람아그대 더운 사랑은 내 가장 소중한 노래추운 나날을 지펴주는 불길이구나길고 긴 어둠을 이겨내며크나큰 바람을 이겨내며이 삶 다할 때까지 그댈 지키고 싶어라 2024. 5. 18.
나비의 여행 나비의 여행           이기철 여린 생이 여린 생을 끌고 간다생에 한 번뿐일 저 채색의 눈물겨운 외출영원의 모습은 저런 것일까슬픔의 목록 위에 생을 얹어놓고 가는돌아서면 길 잃고 말 저 슬픈 여행꽃술의 달콤함을 알았다면너도 필생을 다한 것이다몇 올 그물 무늬와 부챗살의 날개로작은 색실 풀어 허공을 물들이며해당 분매 망초의 키를 넘어 나비는 난다저 아지랑이 같은 비상에도우화는 분명 아픔이었을 것이다잠들지 말아라, 생이 길지 않다그 날개 아래, 꽃그늘 아래들판의 유순함은 너로 인함이다너에게 바치기 위해 나는 지순이란 말을 아껴왔다햇살과 물방울과 나비와가벼움으로 이루는 저기 고결한 생바라보기에도 눈부신슬프고 고요한 나비의 여행 2024. 5. 17.
비와 인생 비와 인생        피천득 삶이란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는 일이요.죽음이란우산을 더이상 펼칠 수 없는 일입니다.행복이란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것이고불행이란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사랑이란한쪽어깨가 젖는데도하나의 우산을 둘이서 같이 펼치는 것이고이별이란하나의 우산에서 빠져나와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것입니다.부부란비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서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모습이가장 아름다운 사람이고 연인이란비오는날 우산속에서얼굴이 가장 예쁜 사람입니다.비를 맞으며혼자 길을 걸을줄 알면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고비를 맞고 혼자 걷는 사람에게우산을 건네주는 사람은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입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비요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우산입니다.한사람이또한 사람에게 우산을 내어줄 때또 한사.. 2024. 5. 15.
유채꽃 풍경 비가 내리는 늦은 오후 햇살광장을 찾았다가을이면 청초한 코스모스가 피여있던 곳올해는 양귀비가 아니고 비에젖은 유채꽃이싱그롭게 피여 반긴다그다지 넓지는 않치만 테크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즐겼다평소엔 운동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로 고요함을 잊었는데비바람에 사람들 모습이 없다조금은 무섭기도 하고...해서 내일 아침 다시 찾기로 하고비에젖은 풍경 흠뻑 즐겼다 2024. 5. 15.
최고의 인생 최고의 인생        나태주 날마다 맞이하는 날이지만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라 생각하고지금 하는 일이가장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가장 맛있는 음식이라 여기고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당신의 인생 하루하루는최고의 인생이 될 것이다 2024. 5. 8.
어린이 정경 현충원의 하얀 이팝꽃 꽃길이 생각이 나서이른 아침 부지런히 찾아갔다드넓은 현충원 들어서니   저 멀리 눈부신 이팝꽃이 눈에 들어온다혼자 걷기에는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고즈넉함이 좋다이팝꽃 길을  누군가 걷고 있는 모습을 담고 싶기도 하고...기이인 터널길을 끝까지 걷다보니저 멀리 할머니 손을 잡고 걸어가는 어린이가 눈에 들어온다가까이 가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몇컷 담았다귀여운 모습... 2024. 5. 5.
가끔은 《가끔은》       서정윤​가끔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내가 그대 속에 빠져그대를 잃어버렸을 때나는 그대를 찾기에 지쳐 있다​하나는 이미 둘을 포함하고둘이 되면 비로소열림과 닫힘이 생긴다​내가 그대 속에서 움직이면서로를 느낄 수는 있어도그대가 어디에서 나를 보고 있는지알지 못해 허둥댄다.​이제 나는 그대를 벗어나저만큼 서서 보고 있다가끔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다 2024. 5. 4.
괜찮아 괜찮아     원태연 너를 정말 좋아했어 그래서 다 좋아 난원래 좋아하는 사람은 다 좋아 보이는 거야널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재미있고 생각할 것도 많아서 참 좋아시간이 계속 흘러가도 너를 좋아했던 마음은똑같을 것 같아좋아하는 건 시간이 지난다고 흐려지는 게 아니잖아너를 정말 좋아했어 그래서 나도 참 좋았어 2024. 5. 3.
다 잊고 사는데도 다 잊고 사는데도                원태연 다 잊고 산다그러려고 노력하며 산다그런데 아주 가끔씩가슴이 저려올 때가 있다그 무언가잊은 줄 알고 있던 기억을간간이 건드리면 멍하니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그 무엇이 너라고는 하지 않는다다만못다한 내 사랑이라고는 한다 2024.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