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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이기철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 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 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2024. 1. 12.
눈 내린 강변의 아침 겨울 강가에서 안 도 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2024. 1. 10.
2023 아듀 내 안의 대설특보 김은식 ​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낯선 거리를 이유도 없이 펑펑 쏘다니었소 발자취는 끝 간 데 없이 내 흔적을 미행하듯 찍고 또 찍는 일상의 발자국들 ​오늘은 그만 따라오지 마라 혼자 걷고 싶은 날 이거늘 ​ 하늘은 온통 잿빛에 홀연한 나는 내 그림자마저 벗어두고 길을 나섰나니 해도 달도 눈을 감고 모르는 채 눈만 펑펑 내리는 날 ​그동안 함께 했던 이들과 못 다 했던 일들과도 작별을 고하리 ​ 오롯이 혼자이고 싶은 날은 이미 이별한 이들에겐 아득하게 더 멀어질 오늘을 용서해다오 ​지금은 하늘도 요량이 없고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흰 눈만 펑펑 내리는데 ​ 미로 같은 세상을 하얗게 덮은 한 치 앞도 분간 없는 눈보라 속에서 여직 방황하던 세상 보는 눈을 이제 다시 뜬들 뭣하리 ​ 나.. 2024. 1. 1.
눈 내리는 날 월드컵 공원에서 눈을 기다리며 권오범 늙어갈수록 철들 기미조차 없는 나의 주책 첫눈은 함박눈이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마른하늘 우러러 히죽거리는 것이 언제부턴가 나도 몰래 내 안에 소녀 마음이 자라고 있었나보다 눈 감고 잠 끌어당겨 구절양장 인생길 치쓸다 보니 강아지와 함께 찍었던 발자국이 고향 남새밭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어 미소 흘리며 엎치락 뒤치락하는 이불 속 서울은 낭이라더니 추억마저 되작이는 게 싫은걸까 한 사날 독하게 최대한 밤을 키워놓은 이정표 동지가 달력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백설기 같은 숫눈길로 달려오는 햇귀로 하루를 열고 싶은 이 마음 아랑곳 없이 밤새 기척도 없이 내린 비에 세상이 온통 호졸근한 아침 2024. 1. 1.
눈 내린 아침의 아름다운 풍경 겨울 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새하얀 설경을 즐기고 싶어 집 가까운 부천 식물원을 찾았다 우리 동네보다 조금은 많이 내린 식물원의 아침 풍경은 눈 부시다 부드러운 햇살에 녹아 내리기 전 몇컷 찍고 돌아나오는 길엔 들어갈 때 보았던 눈부시던 아름다운.. 2023. 12. 24.
눈 꽃 눈꽃 박인걸 나무들 가지마다 몇번이나 눈꽃이 피고져도 봄은 올 기색이 없다 차갑게 피는 눈꽃은 세상을 물들일 뿐 생명을 움직이지 못 하고 눈꽃에 마음이 들뜬 자들은 잠시 후 실망을 내뱉고 향기없은 차가운 가루에 낭만은 녹아내릴 것이다 눈꽃은 꽃이 아니라 누군가 지어준 이름일 뿐 죽은 별들을 화장한 가루일지도 모른다 눈 내린 가슴마다 무덤이되고 꽃이 죽은 길 거리는 차들도 무서워 설설긴다 그래서 눈꽃이 내리는 날이면 세상은 숨을 죽이고 폭설 아니기를 기도하고 있다 2023. 12. 24.
눈 내리는 풍경 강추위가 풀리면 눈 내리는 풍경앞에 근심없이 서 있고 싶어지는 저녁 일요일 이브엔 눈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조심스럽게 눈내리는 길 위에 서 있고 싶어진다 2023. 12. 22.
Aloha 'Oe Haʻaheo ka ua i nā pali 하 아헤오 카 우아 이 나 팔리 장대한 비가 절벽을 휩쓸어 검은 구름 하늘을 가리고 Ke nihi aʻela i ka nahele 케 니히 아 엘라 이 카 나헬레 빗방울이 나무를 따라 흐르고 이별의 날은 왔도다 E hahai ana paha i ka liko 에 하하이 아나 파하 이 카 리코 꽃 봉오리에 흐르고 흘러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Pua ʻāhihi lehua o uka 푸아 아히히 레후아 오 우카 계곡에 핀 아히히 레후아꽃[2]에 맺힌다 서로 작별하여 떠나네 Aloha ʻoe, aloha ʻoe 알로하 오에 알로하 오에 그대여 안녕히 그대여 안녕히 알로하 오에 알로하 오에 E ke onaona noho i ka lipo 에 케 오나오나 노호 이 카 .. 2023. 12. 19.
가느다란 눈이 날리는데 늦은 시간 마트를 가려고 집을 나섯는데 서쪽하늘 끄트머리 나뭇가지에 초승이 걸려있다 곤두박질한 추위에 가느다란 눈발이 날리는데... 2023. 12. 16.
첫눈 오는 날의 시 첫눈 오는 날의 시 정연복 맘속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첫눈 지금 풍성히 내리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의 무한 허공 가득 눈송이 송이마다 가벼운 춤사위. 오늘은 나도 춤추듯 살아야겠다 삶의 염려와 욕심 따위 하얗게 잊고. 세상모르는 어린아이 처럼 백설의 순수한 마음 하나만 품고서. 눈 기다림 서봉석 눈 내리는 것 보자고 추워도 겨울을 기다린다 눈이 내리면 한 뼘씩 그늘 덜어내며 쌓이는 눈 속 뼛속까지 하얀 눈사람으로 우리도 둥글게 모여서 비록, 천당은 못갈 목숨이래도 이 세상 살고 있는 지금은 즐거워라 촛불 한 자루에도 은근해지는 사람들의 저녁 해 안뜬 날도 걱정 없이 하늘의 초청장처럼 무량하게도 내리는 눈 가로등 불빛에 멋들어 지면 정 든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크리스마스 카드가 보고 싶어서 추워도 겨.. 2023. 12. 14.
가을 전송 가을전송 공석진 가을을 전송합니다 화려함 남겨두고 빛 바랜 옛 추억을 나들 길로 보냅니다 고독을 만끽하세요 위태로운 정이 매달린 험한 비탈 위 정처 없는 낙엽으로 이별을 강요하신다면 수신을 거절하렵니다 발신자도 없는 이름뿐인 천사 언제든 떠나려는 배낭 짊어진 당신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양지바른 논둑에 누워 아릿하게 남아있는 바람꽃 향기를 추억하렵니다 2023. 12. 12.
백일홍이 있는 풍경 2023. 12. 6.